나의 이야기

하관(下棺) - 이해인

운명의수레바퀴 2010. 10. 31. 14:05

 삶의 의무를 다 끝낸

겸허한 마침표 하나가

네모난 상자에 누워

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간다.

 

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

못다 한 사랑 대신하라 이르며

영원히 눈감은 우리 가운데 한 사람

 

 

흙을 뿌리며 꽃을 던지며

울음을 삼키는 남은 이들 곁에

바람은 침묵하고 새들은 조용하네

더 깊이, 더 낮게 홀로 내려가야 하는

고독한 작별인사

 

흙빛의 차디찬 침묵 사이로

언뜻 스쳐가는 우리 모두의 죽음

한평생 기도하며 살았기에

눈물도 성수( 聖水)처럼 맑을 수 있었던

노수녀(老修女)의 마지막 미소가

우리 가슴 속에 하얀 구름으로 떠오르네

 

 -  합천호 미인송 ( 코스모스님 사진에서) -

 

 

 

 

수도승의 마지막을 이렇게 노래한 그 수도승도 지금 아프다.

죽음은 누구에게나 예외 없는 것이다.

나의 이승살이가 끝나고 나를 담은 관이  땅속 깊이 천천히

내려갈 때 나를 위해 누가 ........

 

깊은 가을 속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가끔은 작별 인사도 나누어 본다.

그리운 얼굴들 마져도 버리고 떠남이 진정한 가난과 무소유의 삶이 아닐까?

 

 

15